“제 얼굴이 주름으로 자글자글해져도 당신은 지금처럼, 아니 앞으로 영원히 나를 사랑할 수 있나요?” 남녀가 가장 아름다울 때 사랑에 빠지고, 자신만이 아는 연인의 매력에 끌려 어찌할 수 없이 결혼을 결심할 때 무모하게 모험을 강행한다. 상대가 과연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이 맞는지 다 알지 못하면서, 내 인생을 기대어도 될 것 같은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여자는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는 내가 세수하지 않은 까칠한 얼굴로 출근길에 배웅을 해도, 내가 아이를 낳아 배가 커지고 살이 터져도, 오랜 시간 후에 할머니가 되어 미워진 얼굴로 웃어주어도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까. 그러면 남자는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할 거라고, 나만 바라보라고 달콤하게 속삭일지도 모른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은 시녀처럼 그 곁을 맴돌며 이야기를 만든다. 해맑은 공주 옆에서 그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연배우 같이 자신의 인생은 곧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 때문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주변인들은 주인공의 삶을 위주로 대화를 하므로 주목받지 못한다. 관객이나 독자들은 그들에게 궁금한 것이 없다. 그렇지만 공주가 아닌 사람들도 사랑을 하고, 밥을 먹고, 서로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기적같이 깊은 사랑에 빠진 들러리 인생들이 환한 조명을 받을 때, 무대를 바라보던 관객들이 환호할 때가 있다. 희한하게도 주인공의 사랑보다 더 아름답고 애틋할 때다.
매일 특별할 것 없이 빛바랜 겨울 오후를 보내고 있다면, 당신은 사랑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공주 옆에서 드레스를 펴주는 시녀들일지라도, 이런 가혹한 세상에서 한줄기 빛처럼 사랑을 말한다면 어찌 그 누가 함부로 대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사랑받지 못한다면 어찌 살아갈 수 있겠냐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 모두 이런 시시한 세상에서 사랑을 말한다면 주인공으로 살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만 있으면 서로를 지켜나가게 된다.
이제,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 그대에게 묻고 싶다. 그대를 선택해 줄 사람들을 사랑하는가? 유권자라는 이름으로 당신 앞에 서 있을 때는 참으로 싱그러운 사람들이지만, 시간이 흘러 주름진 얼굴로 나타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할 때 그들을 사랑할 수 있는가? 물론 그렇다고 믿는다. 우리는 그렇게 올해 국회의원선거를 맞이하고, 영원한 사랑을 믿고 싶은 자들은 그를 선택할 것이다. 아니,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지속되지 않는 사랑은 결코 진실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또 작은 일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선택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은 항상 선한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그런 나라를 만들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얼굴로 투표장에 들어가고, 나중에 국회의원의 우리에 대한 사랑의 표현으로서 얼마나 많은 공약들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해보자.
차가운 눈길을 걸으며, 오래도록 시린 손을 잡고 산책을 하는 연인에게 겨울은 어떤 의미일까. “춥지 않아. 함께 있다 보면 곧 봄이 오겠지. 우리는 앞으로도 영원히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줄 거야.”
그렇다. 당신이 소설 속의 공주처럼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 사랑이 전부다. 그래서 그를 선택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릴 수 있다.
※ 제21대 국회의원선거는 2020년 4월 15일(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