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여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주무관 정두영

시간은 잡을 수 없다. 지금은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린다. 과거를 바꾸고 싶은 적이 있는가. 시간을 여행할 수 있다면 어느 때, 몇 년 전으로 가고 싶은가? 그 때 그 바다에 갔더라면 더 행복했을까? 사람들은 모두 시간의 테두리 속에서 제한된 인생을 누린다. 지나가 버려서 바꿀 수 없는 그 공기를 그저 추억하면서 말이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학교 교정에는 개나리가 먼저 피기 시작할 것이다. 고등학교 회장선거를 앞둔 후보자들은 친구들 앞에서 토론회를 열게 된다. 누군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믿음직스럽게 말한다. 또 다른 학생은 자신이 얼마나 우리 학교를 사랑하고 걱정하는지 조리 있게 이야기한다. 토론회를 보며 누군가는 “난 내 단짝이 회장선거에 나오니까 너무 좋다.”며 무한한 애정을 드러낸다. 그런데 자신의 공약을 말하던 친구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화를 내며 상대방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채 쏟아낸 말은 이미 바닥에 흘러 흥건히 발을 적시고 만다. 아무리 노력을 하여도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는 욱하며 상대방을 비방했던 것을 후회한다. 자신은 학교 친구들이 잘 되기를 너무나 바라는 후보다. 모두가 다 인정을 했지만, 그 순간만 잘 넘겼어도 자신이 유력한 후보로서 미끄러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말을 하는 상황일 때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논리 있게 전달하지 못한다면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는다. 또 지혜는 급히 만들어질 수도 없기에, 그럴듯하게 있는 것처럼 포장하려 하면 할수록 민낯이 드러날 뿐이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할까? 아무도 그 토론회를 보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면 없었던 일처럼 지나갈 수 있다. 순간적으로 실수했던 그 순간이 사라지면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누구든지 모르고 지나갈 것이다. 그래서 첫째, 그는 비싼 값을 지불하고 과거로 돌아가 토론회를 비추던 전기를 모두 꺼 버릴 계획을 세운다. 동시에 누구도 토론회에 관심을 갖지 못하도록 토론회가 열리는 동 시간에 이웃 학교와의 축구시합 일정을 짜버린다. 최대한 많은 친구들이 토론회를 보지 못하도록 말이다.

그리고 이제 그는 과거 여행을 시작한다. 그가 과거 그 시점에 도달하자마자 전기를 성공적으로 차단했다. 불은 다시 켜지고, 무사히 위기를 잘 넘겨서 토론을 이어간다. 그런데 친구들이 축구시합도 포기하고 토론회장에 몰려 올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그는 공약과 정책을 빈틈없이 준비하고, 때때로 친구들의 힘든 점과 학교의 바꿔야 할 부분을 늘 고민해왔던 상대 후보에게 또다시 지고 말았다. 토론회는 친구들의 폭발적인 관심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올 법한 시간여행자의 이야기는 달콤하고,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해도 우리 학생들의 민주의식은 위의 결론과도 같이 높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며, 어른들이 기대하는 세상의 모습이다.

사실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작은 민주주의의 세상인 학교에서도 공약과 성품을 보고 회장을 선택하는 그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싶다. 이제 더 큰 세상으로 한발 나가게 되어 투표를 할 때 먼저 후보자의 정책과 인성을 보기 바란다. 그리고 투표할 수 있는 자가 된 것에 진심으로 기뻐하기를 소망한다.

시간여행자가 나타나 급히 토론장의 전기를 꺼버리더라도, 절대 바꿀 수 없는 결과를 안겨줄 사람은 반드시 존재한다. 정책과 공약, 약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선택한 사람은 우리나라의 일꾼으로 크게 쓰임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작은 움직임이 파도가 되어 더욱 강한 힘을 가진 우리나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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